진로발효 | 원재료 가격, 밸류에이션, 수급
근 10여년만에 주정가격을 인상했고, 주류 매출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신통치 않은 모습입니다. 주정업체 중에서도 유독 낙폭이 컸던 진로발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봅니다.
| 주정 원재료 가격 추세
지난번에 1Q22 실적을 살펴보았더니 진로발효의 원재료 가격은 QoQ 약 10~20% 내외의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진로발효 1Q22 실적 훑어보기 (tistory.com)
진로발효 1Q22 실적 훑어보기
올해는 '12년 이후 거의 10년만에 주정 판매단가를 8~9% 가량 인상한 해입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연간 주류 판매량 증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P, Q 모두 증가하면서 영업레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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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원가의 증가폭은 그 이상이었는데, 그 원인은 원재료 매입금액 증가 때문이 아니라 재고자산의 증감 때문이었지요. 생산량이 YoY 거의 절반 가량, 이상할 정도로 많이 감소했었습니다. 주담 통화가 안되니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재고원가 증가를 막기 위해(총평균법 적용) 생산량 조절을 한 게 아닐까 하고 추정을 했었지요.
이제 문제는 2분기 이후일 것입니다. 1분기는 그렇다 치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어야 판가 상승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겠지요. 주 원재료인 타피오카와 조주정은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HS코드로 가격 추세를 알아봤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타피오카는 전년 대비 하락했고 조주정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네요. 특히 조주정은 '22년 1~2월보다 3~5월 가격이 더 높아 2분기에도 원가 부담 가중이 예상됩니다. 2009-05-29 신한금융투자(당시 굿모닝신한증권) 자료를 보면 주정 원재료 비율은 타피오카 33% / 조주정 23% / 현미 32% / 보리 10% / 기타 2% 로 나타납니다. (이게 중량 기준인지 가격 기준인지 불분명한데, 가격 기준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최근 3개년을 놓고 봤을 때 매출원가 중 원재료의 비중은 약 60%~73% 수준이니 조주정 매입가격이 30% 상승했다면 매출원가율은 최대 4~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분기 중에 투입되는 원료 전량이 당분기 중 매입한 원료는 아닐 것이고, 타피오카 가격은 전년 대비 하락했으므로 실제 원가 상승 효과는 이 수치에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분기보고서상 원재료 가격과 상기의 수입가격의 흐름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회사마다 원재료 가격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방향성은 일치해야 할텐데 이상한 일이죠? 가격 흐름을 볼 때 타피오카와 조주정 중에 조주정이 더 말썽이다 라는 느낌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원재료 중에 현미의 비중이 큰 편인데, 올해 벼 농사가 풍년이라는 뉴스가 많이 보이므로 가격은 안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로발효의 1분기 생산량이 YoY 절반 수준이었으므로 적정 재고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2분기 생산량은 정상궤도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분기에는 매출원가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진로발효 밸류에이션
주정업 매출 비중이 높은 창해에탄올과 비교했을 때 진로발효의 밸류에이션이 더 높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동사의 ROA와 ROE가 경쟁업체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주정업 특유의 안정적인 수익성과 동사의 높은 배당수익률은 지난 수년간 이러한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고 있었습니다. ‘12년, ‘19년 2차례에 걸친 유상감자는, 주가 측면에서만 본다면, 회사가 자본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습니다.
수년간 주가는 변동성이 낮은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 들어 급락을 거듭하여 PBR 밴드 하단을 뚫고 내려온 상태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잘 팔렸던 바이오크린콜 매출이 꺾이면서 지난해 실적이 안좋았고, 1Q22 실적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급락 후에도 여전히 진로발효의 밸류에이션은 창해에탄올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수소 테마가 섞여있는 풍국주정이나 골프장과 엮여있는 MH에탄올보다도 더 비싼 대접을 받고 있지요.

진로발효 | 2022-06-30 기준 trailing PER 16.7 , PBR 1.99


창해에탄올 | 2022-06-30 기준 trailing PER 11.4 , PBR 0.76

최근 5년간 진로발효의 매출은 정체 상태였고, 수익성 또한 조금씩 후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정 판매가격을 못올리니 소주 판매량이 이를 커버할만큼 증가해야하는데, 최근 트렌드는 그렇지가 않았지요. 이러한 변화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소주 판매량이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일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장기 추세에 관한 스토리이므로,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소주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음주 트렌드가 순식간에 변하는 게 가능했다면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을 때 주류 판매량이 증가하지도 않았겠지요. Q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다면 올해 이루어진 주정 판매가격 인상은 당분간 수익 안정성을 지켜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 피델리티의 지분 축소와 삼화왕관의 지분 확대
피델리티는 ‘16년 5월 동사 지분 5% 취득 신고를 합니다. 그 후 ‘20년 12월까지 조금씩 지분을 늘려왔었습니다. 그런데 ‘21년 8월부터 지분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합니다.
진로발효의 외국인 지분은 ‘22년 6월말 기준 466,654주 / 총 발행주식수 6,621,120주의 7.05% 수준 입니다. 피델리티의 마지막 지분변동 공시는 ‘22. 5. 10.에 있었고 내용을 확인하면 보고의무발생일 ‘22. 4. 11. 기준 490,498주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상기의 보고의무발생일 ‘22. 4. 11. 기준 진로발효의 외국인 지분은 588,940주 / 지분율 8.89% 였습니다. 그 날짜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 중 피델리티가 아닌 투자주체가 보유한 지분은 98,442주, 지분율로는 약 1.5% 에 불과했습니다.
'22. 4. 11. 이후 6월말까지 외국인 지분은 122,286주 감소했습니다. 이게 전부 피델리티 물량이었다면 피델리티의 현재 지분 보유량은 368,212주 / 지분율 약 5.6% 수준까지 내려왔을 것입니다.
피델리티는 왜 진로발효 지분을 줄이고 있을까요? 아마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상당 기간 대외활동을 못한다면 술을 적게 마실테니 실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가 경과하면서 동사의 소독제 바이오크린콜 매출이 꺾였다는 점, 그리고 1Q22 실적이 별로였다는 점을 확인한 후 이제 이별할 시간이 되었다는 자각을 했을 수 있겠지요.
피델리티가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손 털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주가를 누르는 가장 큰 요인인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겠지요.
한편, 병 마개 제조업체 삼화왕관은 진로발효의 지분을 야금야금 모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삼화왕관이 지분 5% 취득 신고를 한 시점이 ‘16년 9월로 피델리티와 거의 유사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그 이후 2022-06-27 공시를 보면 삼화왕관은 주식수 669,868주 / 지분율 10.12% 까지 지분을 모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 목적이라면 더 좋은 회사도 많은데 왜 하필 진로발효 지분을 매입하고 있을까요?
진로발효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65.59% 이기 때문에 현재 경영권 분쟁 이슈는 없습니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 현황을 보면, 서태선 27.39% / 장진혁 18.26% / 장진이 18.26% / 김종식 1.68% 입니다. 대주주 서태선은 1951년생으로 현재 72세 입니다. 현재 자녀의 지분이 동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대주주 지분 상속도 형평성을 감안하여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매간에 경영권 분쟁이 생겼을 때 삼화왕관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진, 롯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석유화학 등에서 발생한 사례를 상기해보면 삼화왕관이 이를 노리고 지분을 매입하고 있거나, 혹은 대주주 일가 간에 돈독한 관계가 있어 백기사 역할을 맡기 위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삼화왕관의 지분 매입은 거래량이 적은 진로발효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급등시키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밑에서 조용히 받아먹어도 될텐데 요란스럽게 시장가 매입을 하는 것도 좀 이상스럽지요.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급변한 투자환경과 주가급락으로 고민이 많아지는 시점인데 재미삼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