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켓사이클의 어떤 지점일까? by 하워드 막스
하워드 막스의 저서 "투자와 마켓사이클의 법칙"은 사이클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며, 인간은 심리에 흔들리는 비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이클이 형성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장기 추세를 중심으로 위로든 아래로든 오버슈팅을 하게 되고, 어떤 계기로 인하여 그러한 과도함이 해소되면서 장기 추세로 회귀하는 현상, 즉 평균 수렴 현상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시장 사이클에 평균 수렴 현상이 존재한다는 건 지식으로든 경험으로든 알고 있겠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고 있어야 투자 성과를 더 올릴 수 있겠지요. 이 책의 미덕은 지금 내가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풍부하게 제시해준다는데 있습니다. 그의 투자 경험에 기반한 사이클 파악 요령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이클의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여 그에 걸맞는 포트폴리오로 대응한다면, 먹을 때 더 먹고 터질 때 덜 터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 내려야 하는 선택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영역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주식 시장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가 꽤 자주 들립니다. 현재 사이클 지점은 오버슈팅이 해소되어 장기 추세로 회귀하고 있는 중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만약, 이 정도면 살 때가 된 것 같다고 판단한다면, 무엇을 살 지 정해야할 것이고, 인플레이션 & 금리상승기 & 경기침체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수익률이 좋을까요?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릅니다. 다만, 내가 판단한 사이클 지점에서의 확률 분포를 감안하여 합리적 선택을 내리는 거지요. 막연한 감으로 투자하거나 근거없는 희망 하에 주구장창 존버하는 거보다는 기간 대비 수익률이 더 좋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지금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사이클은 어느 지점에 있을까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성적 판단 기준을 충족하는 지점은 지수가 급락하던 기간이었고, 아마도 지금은 반등을 모색하는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안올랐는데 지금이라도 뭔가 사볼까?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역사적 PER와 PBR 밴드를 보면 우리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정보데이터시스템의 "쉽게 보는 통계"를 통해 이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참고로 검색 포털에서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키워드로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2010년 이후 데이터만 제공하는군요. '10년 1월 ~ '22년 7월 기간 PER와 PBR을 보겠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경기가 하강하고 있으니 PER 보다는 PBR을 더 유심히 보는 게 좋습니다.
보시다시피 현재 코스피의 PER와 PBR은 과거 12년 기간 중 그렇게 높은 지점에 있지는 않습니다. 확률적으로 볼 때 지금 사면 그렇게 부담될 건 없다는 의미입니다.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PBR 밴드 하단까지 내려와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코스닥은 어떨까요?
코스닥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코로나 초기 급락장이었던 '20년 3월 수준을 바닥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아요? 공포감이 팽배하던 때라서 사이클 저점이라는 신호가 명확히 보이던 때였으니까요.
사이클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면 보통 시계추의 진자 운동이나 우상향 포물선을 그릴 것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사이클의 움직임을 만드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합니다.
주식시장의 심리적 변동은 시계추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시계추가 움직이며 그리는 아치의 중간지점은 시계추의 위치를 '평균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지만, 실제로 시계추가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시계추는 늘 아치의 극단을 향해 움직이거나 극단으로부터 멀어진다. 다만 극단에 가까워질 때마다, 머지 않아 다시 중간지점으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 되돌림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한쪽 극단을 향한 움직임 그 자체이다.
제7장 투자자 심리의 시계추
진자 운동의 중간 지점이 주식에 있어 적정 밸류에이션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추가 움직일 때 중간지점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지나쳐가죠. 사이클을 시계추의 움직임에 비유하는 것은, 주가의 움직임이 적정 밸류에이션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사이클을 이용해서 투자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줍니다.
앞으로 급락장이 다시 온다면 기쁘게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급락장에서도 이걸 몰랐던 게 아닌데 왜 매번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걸까요? 투자는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