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려제강 | 전기차 타이어와 스틸코드 & 비드와이어

매너티 2022. 8. 5. 20:21

| 타이어 회사도 전기차 수혜주인데 왜 밸류에이션이 저렴할까요?

 

전기차 관련주에 투자를 한다면 보통 2차전지 밸류체인, 전장업체, 차체 경량화 관련 부품업체 등을 많이 찾습니다. 이들 업체의 성장성이 높으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만, 그만큼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투자수익 기대값이 더 높은 대안을 찾아봐야겠지요.

 

대안 중 하나는 타이어 업체 입니다.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이 낮은데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비례하여 고가 제품인 전기차 타이어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타이어는 무거운 차량 무게와 높은 가속력을 견뎌야 하므로 강성이 더 좋아야 합니다. 더 튼튼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보강재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더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야 하겠지요. 반면 마모 속도는 일반 타이어 대비 더 빠릅니다. 운전자에게는 슬픈 소식이 되겠지만 투자자에게는 기쁜 소식입니다.

 

밝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보이는데 왜 타이어 업체 주가는 오르지 못할까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는 전기차 타이어 매출 비중이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수급난, 경기침체, 생산 캐파 부족 등으로 인하여 올해 또는 내년에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 차량을 압도할 정도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상향은 확정적이라도 증가폭에는 의문점이 남아있다는거죠. 확실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보통 3년 이후의 일은 주가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타이어는 2차전지와 달리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업체를 바꾸는 일이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2차전지 설비 증설은 완성차업체와 제품 규격과 사양을 사전 확정한 다음에 진행하고, 계약물량은 전량 납품하는 구조를 가져갑니다. 이들 업체는 매출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에(확실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미래의 호재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하고, 따라서 주가가 비쌉니다.

 

반면 타이어는 이런 구조가 아니지요. 완성차업체와의 사전조율 하에 타이어 생산 라인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납품에 대한 구속성이 높지 않습니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 자체는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는 게 확실하지만 매출 확실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미래 실적을 현재 주가에 반영할 수 없고, 그래서 주가가 비싸지 않습니다.

 

 

 

 

| 양호한 1H22 실적을 보여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그런데, 이번 분기 타이어 업체의 매출에 있어 제품 믹스 변화의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업이익이 YoY 훼손되기는 했지만 QoQ 로 보면 많이 개선되었고,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합니다.

 

 

 

 

이렇게 양호한 실적이 나온 이유는 전기차 타이어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잘 팔리니 전기차 타이어도 잘 팔리고, 가격 전가력도 일반 타이어 대비 더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전가력이 좋다는 말은 타이어 업체가 원재료비 후려치기(CR; Cost Reduction)에 집착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합니다. 물론 원재료비를 올려달라는대로 다 올려줄 수는 없겠지만, 다소간의 여유는 있겠지요.

 

실적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타이어 회사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만 합니다. 그러나 타이어 회사는 전방에서는 완성차 업체로부터 압박을 받고, 후방에서는 석유화학업체와 제강업체의 가격인상 요구에 시달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투자를 하기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의 밸류에이션도 싸고, 석유화학업체와 제강업체의 밸류에이션도 싸기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의 역할

 

고려제강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타이어 얘기만 하고 있네요. 이 회사가 타이어 원재료 중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회사라서 타이어 얘기를 길게 했습니다. 고려제강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회사로, 선재 부문에서 벨기에 Bekaert에 이어 글로벌 2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전년도말 기준 수출 비중이 87%에 달하는 수출 기업이며, 국내 생산제품의 60% 가량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미국, 룩셈부르크 등 해외에도 공장이 많은 회사인데, 미국 수출 비중이 30% 정도이고, 그 다음으로는 유럽, 중국, 동남아 순으로 수출 비중이 높습니다. 그 결과 고객군이 국내 타이어 회사에 국한되어있지 않고 다변화되어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타이어에 있어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 사용량 추세

 

전기차가 세상에 나타난지 수년이 지났으니 타이어 회사들의 원재료 매입비를 검토하면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코드, 비드와이어 매입액과 매입비중 추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시내용이 부실한 넥센타이어는 제외했습니다.) 참고로 "코드"는 스틸코드와 섬유를 사용한 타이어코드를 포괄합니다.

 

 

 

 

의외로 큰 변화가 없다가 '21년 들어 코드, 비드와이어 매입액이 많이 증가했네요. 그런데 매입비중이 거의 그대로인 걸 보면, 이는 원재료 가격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여서 발생한 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1Q22 기준으로 YoY 비교했을 때는 상승폭이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과 경합 관계에 있는 스틸코드보다는 비드와이어가 상승폭이 더 높았습니다. (증치세 환급 폐지 대상 품목에 선재가 포함되어있어서 스틸코드도 과거만큼 중국이 치고 들어오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틸코드는 고려제강 전체 매출의 30%, 비드와이어는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려제강의 매출 구성이 선재 59% / 로프 33% / 임대수익 8% 로 되어있으니, 선재 부문 매출의 대부분이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 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판가 유지 &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

 

올해 이미 판가 인상이 있었고,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므로 후술할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판가는 유지되거나 소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은 1Q22 기준 제품 가격 변동추이 입니다.

 

 

 

 

이번에는 원재료 가격을 보겠습니다. Wire Rod와 아연이 주재료인 것으로 보이네요.

 

 

 

 

한동안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으나 최근에 조정을 받았으니 추가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Wire Rod 가격을 보면, '21년 대비 1Q22에 가격 상승이 있었으나 2Q22에 하락하면서 '21년말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아연 가격을 보겠습니다. Wire Rod처럼 1Q22에 가격 상승이 있었으나 2Q22 급락 후 재상승하면서 '21년말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데이터를 보니 올해 장사는 기대해볼만 하네요. 수출 비중이 높은 회사라 환율급등도 긍정적입니다. 전기차 타이어 수요는 지금보다 앞으로 점점 많아질테니 피크아웃 논리를 대면 안되는데,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 CPTPP와 고려제강

 

1분기쯤 CPTPP 체결 뉴스가 나오면서 철강주들이 급등한 적이 있었지요. 고려제강은 미국, 말레이시아에 제법 큰 공장이 있고 자동차 산업향 매출이 높아서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이슈 입니다. CPTPP의 핵심 포인트는 멕시코 입니다. 멕시코가 미국의 제조공장 역할을 하는 국가임에도 불구,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지 않아서 기대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그러나 CPTPP 자체의 성격과 기존 회원국의 찬성을 이끌어낼 때 불거져나올 민감한 이슈들을 감안하면, 설령 체결된다 해도 먼 미래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지지율을 희생하고 강력하게 밀어부쳐야 풀릴 문제이므로 현 정권의 처지를 감안하면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겠지요.

 

 

http://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55

 

불붙은 다자간협정 경쟁, 한국은 무엇을 얻는가?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세계 공급망 체계가 요동치고 있다. 석유 등 자원이 무기화되고 반도체 등 소재 부족으로 군수품 생산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다자간 자유무

www.fortunekorea.co.kr

 

 

 

 

 

 

| 수많은 계열회사와 홍덕산업

 

다음은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종속기업들 입니다. 참 많은데, 가락시장의 청과도매인 중에 손꼽히는 강자인 서울청과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종속기업 명세에서 홍덕산업이 안보입니다. 홍덕산업은 국내 타이어 업체에 스틸코드, 비드와이어를 납품하는 주체로, 총 자산 8천억원, 작년 영업이익 320억원으로 결코 작지 않은 회사 입니다. 고려제강이 약 32% 지분을 가지고 있고,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관계기업으로 분류되어 지분법손익에만 반영됩니다.

 

 

 

 

 

 

 

 

 

| 밸류에이션 매력 비교

 

고려제강의 밸류에이션 절대 수준은 낮은 편입니다만, 철강업종에 속해있기 때문에 동종업종 업체와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세아제강지주와 고려제강 중 하나만 투자하려고 고민하다가 올해 낙폭이 더 컸던 고려제강을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좀 아쉽게 되어버렸지요. 전기차의 미래 방향성과 회사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크게 걱정되진 않습니다.

 

 

 

 

과거 리포트(2008-06-03 /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 남정훈 위원)를 보다 보니 과거에는 철강업종 PER가 높아서 고려제강도 지금보다는 후한 대접을 받은 흔적이 보이네요. 앞으로 전기차 수혜를 보면서 이 때만큼만 대접을 받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 때 고려제강 시총이 4,500억원 정도였는데 지금 시총은 5,000억원에 조금 못미칩니다. 그동안 고려제강은 꾸준히 수익을 내서 자산규모는 '08년 대비 훨씬 커져있지요.

 

 

 

 

 

 

조만간 2분기 보고서가 나올텐데 기대가 되네요. 과연 피크아웃 무새들을 무찌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