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진로발효 | 2Q22 실적 & 몇 가지 이야기

매너티 2022. 8. 16. 22:39

지난 분기 실적 이야기 먼저 보고 시작하시죠 :)

 

 

https://wavering.tistory.com/3

 

진로발효 1Q22 실적 훑어보기

올해는 '12년 이후 거의 10년만에 주정 판매단가를 8~9% 가량 인상한 해입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연간 주류 판매량 증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P, Q 모두 증가하면서 영업레버리

wavering.tistory.com

 

 

| 2Q22 실적 요약 (연결 기준)

(진로발효의 연결 대상 종속기업은 안동소주일품 하나 뿐이고, 해당 종속기업의 매출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연결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분기의 부진은 일시적이었음을 확인시켜준 실적입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폭이 커서 매출총이익이 YoY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그 대신 강력한 판관비 통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1분기 부진폭이 컸기 때문에 2분기에 이를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습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유사한 매출 성장폭이 예상되지만,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한 올해 실적이 작년 수준을 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분기 기준
매출액 252억원 (YoY 21% / QoQ -3%)
영업이익 41억원 (YoY 11% / QoQ 412%)
당기순이익 31억원 (YoY 3% / QoQ 244%)
OPM 16.3% (YoY -1.4%P / QoQ 13.2%P)

 


반기 기준
매출액 512억원 (YoY 17%)
영업이익 48억원 (YoY -27%)
당기순이익 40억원 (YoY -30%)
OPM 9.4% (YoY -5.7%P)

 

 

 

 

 

 

| 원재료 가격

지난번에 확인해본 주정 원재료 비율은 타피오카 33% / 조주정 23% / 현미 32% / 보리 10% / 기타 2% 였습니다.

 

 

https://wavering.tistory.com/14

 

진로발효 | 원재료 가격, 밸류에이션, 수급

근 10여년만에 주정가격을 인상했고, 주류 매출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신통치 않은 모습입니다. 주정업체 중에서도 유독 낙폭이 컸던 진로발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봅니다. |

wavering.tistory.com

 

 

공시자료에 나오는 원재료 조달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타피오카조주정인데, 두 품목 다 전량 수입하는 품목이며 올해 가격 상승폭이 높았습니다.  공시자료 상의 '15년 이후 조주정, 타피오카 가격 추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주정 가격은 '22년 이후 상승을 거듭하는 모습이고 타피오카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HS코드로 확인한 '15년 이후 조주정, 타피오카 가격 추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타피오카 가격 (단위 : 천불/톤)

 

 

조주정 가격 (단위 : 천불/톤)

 

 

공시자료 상의 가격과 비교해보면 조주정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타피오카는 다르다는 게 확인됩니다. 하반기에도 조주정 가격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타피오카는 공급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여 하반기 추세를 짐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주정의 경우 7월 21일부터 할당관세로 관세율 0%(기존 10%) 부과되어 연말까지 약 10%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하므로 수익성 향상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84947

 

소주 주정관세 면제 됐지만…소비자 체감은 ‘글쎄’ - 이코노믹리뷰

정부가 외식물가 부담 완화 일환으로 소주 주정 원료에 할당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가격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주정 원료 관세가 면제되더라도 고

www.econovill.com

 

 

 

 

| 매출원가와 판관비

1분기 때는 재고자산의 변동이 50억원 가량 있어 매출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초 대비 기말재고도 많이 감소했었지요. 실제로 생산실적이 많이 줄었는데, 특히 조주정이 많이 들어가는 정제주정은 절반 가량 감소했었습니다.

2분기에는 재고자산의 변동이 -20억원 가량 발생하여 매출원가 영향도가 대폭 감소했으나, 그 대신 원재료 사용과 연료비 항목이 증가했습니다. 반기 생산실적 또한 YoY 6~13% 상승하여 1분기 때의 생산 감소를 모두 커버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2분기에는 기말재고가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 인상적인 것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판관비 통제 능력입니다. 매출총이익 감소 여파를 판관비 통제로 커버하는데, 특히 인건비를 쥐어짜낸 흔적을 보니 제 마음이 다 아프네요. 앞으로 타피오카와 조주정 가격이 하락하여 직원분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 바이오크린콜과 일품소주

매출 비중이 작아 존재감이 떨어지던 바이오크린콜과 일품소주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바이오크린콜은 코로나 때 급성장한 사업 부문으로 올해 들어서도 분기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연간 120억원 내외, OPM 9% 내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크린콜 OPM이 15.3% 였으니 코로나가 한창일 때와 비교했을 때 수익성은 꺾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5년 이후 바이오크린콜 매출액(최근 4분기 누적) 추세 (단위 : 백만원)



일품소주의 경우 '21년 이후 매출과 수익성 모두 고성장 흐름을 타면서 연간 30억원 매출, 순이익률 18% 내외 수준의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좋은 술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증류식 소주에 대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 영향이 성장 흐름을 조성해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가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증류식 소주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15년 이후 안동소주일품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최근 4분기 누적) 추세 (단위 : 백만원 | 상-매출액, 하-당기순이익)





| 자산가치와 기업가치

2022-08-17 기준 진로발효의 시가총액은 1,600억원 정도 입니다.

이번 반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 507억원, 부채 총계 96억원 입니다.(연결 기준으로 봐도 거의 비슷합니다) 유동자산으로 모든 부채를 다 정리해도 411억원이 남습니다.

 



주석에는 보유 토지의 취득원가와 공시지가가 기재되어있습니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공장부지 264,713제곱미터는 공시지가 511억원인데 유형자산 장부금액에는 취득원가 25억원으로 계상되어있군요.

 

 

 

 

해당 지역 공장부지의 매매가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20년쯤 진로발효 공장과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초지동 공장부지 10,786제곱미터 경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경매 2계 / 2020타경54148) 감정가가 대략 140억원으로 나온 케이스를 보았을 때, 진로발효가 보유한 토지는 단순 계산으로 약 3,400억원, 아무 근거없이 보수적으로 여기에 50% 할인을 적용해도 1,700억원 상당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땅만 팔아도 시가총액이 설명되는데 진로발효는 매년 OPM, ROE 모두 10%를 상회하는 수익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 오너에게 진로발효를 1,600억원 + 경영권 프리미엄 400억원 = 2,000억원을 줄테니 팔라고 하면 팔까요?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업가치와 자산가치를 합하면 그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이죠.

 

이 회사는 성장성은 거의 없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망할 우려가 거의 없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매년 약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영구배당모형 공식을 활용해보면 100억원/ROE 10% = 1,000억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보유한 토지 가치는 50% 할인을 적용해도 1,700억원 입니다. 유형자산에는 약 26억원으로 계상되어있으니 이 토지의 자산가치는 사업가치와는 완전 별개로 봐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업가치 1,000억원 + 자산가치 1,700억원 = 2,700억원이 이 회사의 기본적인 가치가 되겠지요. 물론 실제 기업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비쌀 것입니다. 토지 가격에 50% 할인을 해줄 이유가 없고, 독과점 사업권에 대한 프리미엄도 없으니까요.

 

결론적으로 2,700억원을 준다고 해도 이 기업을 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게 진로발효의 현재 시가총액이 싸보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