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발효 1Q22 실적 훑어보기
올해는 '12년 이후 거의 10년만에 주정 판매단가를 8~9% 가량 인상한 해입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연간 주류 판매량 증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P, Q 모두 증가하면서 영업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역대급 실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 때 OPM 20% 위에서 놀았고 세월이 지나면서 OPM이 조금씩 빠져도 10%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없던 진로발효 입니다. 그러나 이번 분기는 2.9% 네요. 판관비는 그럭저럭 막았는데 매출원가가 난리 났습니다.
원재료 가격을 확인해봐야겠지요.
오르긴 올랐으나 매출원가 YoY 26%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조주정이 20% 정도 오르긴 했습니다만 또 하나의 주원료인 타피오카는 10% 정도 올랐습니다.
별도 재무제표 주석을 보겠습니다.
매출원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재고자산의 변동" 49억원 이었습니다. 상기의 재고자산 변동 49억원 + 매출원가 189억원 = 별도 재무제표 매출원가 238억원과 일치합니다.
매출원가 = 기초 재고자산 + 당기 제조원가 - 기말 재고자산 = 당기 제조원가 + (기초 재고자산 - 기말 재고자산)
재고자산의 변동 = 기초 재고자산 - 기말 재고자산
재고자산의 변동이 (+) 라면 기초 대비 기말 재고가 감소했다는 의미이므로, 당기에 제조한 양보다 제품을 더 많이 판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되면 매출원가가 증가해서 GPM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1Q21 주석과 비교해보겠습니다.
1Q21의 재고자산 변동이 (-) 이므로 당기에 제조한 양보다 제품이 적게 팔려 기초 대비 기말 재고가 더 많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12억원(기타 제외) 정도네요. 매출원가 상의 원재료 사용금액을 비교하면 1Q22 140억원 / 1Q21 157억원으로 오히려 YoY 10% 가량 감소했습니다. 연료비 이외에는 비용 상승요인이 딱히 없어보입니다.
1Q21에는 -12억원이었던 재고자산 변동이 1Q22에는 49억원이 되었으니, 매출원가가 YoY 61억원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군요. 원인이 원재료 가격 상승에 있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입니다만, 무슨 이유로 이번 분기에 재고자산이 이렇게 많이 줄었을까요? 가동률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생산량이 YoY 많이 감소했습니다. 정제주정은 거의 반토막 났네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주담과 통화하고 싶었으나 일주일 가까이 전화를 안받아서 포기했습니다. (통화 성공하신 분 계시면 공유 좀 부탁드립니다ㅠ)
아쉬운대로 생산량 감소 원인을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로발효는 재고자산 단위원가를 총평균법으로 계산합니다. 총금액을 총수량으로 나누어 단가를 정한다는건데, 따라서 원재료 가격이 높을 때 생산량을 증가시켜 재고자산을 쌓아두면 전체 재고자산 단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주요 원재료인 조주정 가격이 1분기 만에 20% 정도 상승한 바, 단기 오버슈팅 했다는 판단 하에 전략적으로 생산량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조주정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의도하던 것과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긴 업력을 바탕으로 이 정도면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지요. 주담 통화에 실패하여 짧은 소설을 써보았습니다.
하이트진로의 1Q22 실적을 통하여 소주 매출 성장과 동사의 매출 성장이 같이 간다는 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분기에는 원가 문제를 해결해서 이번 분기의 부진을 만회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