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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건자재 | 미분양 추세와 주택 시장에 대한 의구심

by 매너티 2022. 7. 24.

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합니다만 주가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 전쟁과 물가 라는 악재가 그대로 있고, 2) 아직 남유럽과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뇌관으로 남아있어 바닥을 논하기는 조심스러운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야하는 시점이라 고민을 하다보니 건자재 업종이 계륵처럼 느껴졌습니다.

건자재 종목들은 지난해 상반기 동안 제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어 애정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 다 팔았지만 연말 즈음 조정을 꽤 많이 받길래 다시 매입을 시작했었지요. 올해 재보궐 선거 전까지는 분위기 좋았습니다. 그 때 만족하고 수익 실현을 했어야 했는데... 향후 착공 대기물량이 본격적으로 착공되는 시점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호기를 부리다가 쳐물리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상황은 다시 바뀌어 고금리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는 아파트 미분양 물량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주가는 많이 빠져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어들었습니다만 지수 전체가 하락해서 대안이 많이 보입니다. 건자재보다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업종도 있고, 건자재보다 싼 업종도 보입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상, 건자재 업종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온 "아파트 미분양에 대한 소고" (2022-07-18 / 강경태, 장남현) 리포트가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현대차증권 리포트도 울림을 주었지만, 한투 쪽이 제게 더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21년 12월 1만세대 남짓되었던 전국의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규모는 '22년 5월 기준 2만세대 가량으로 2배 증가했습니다.

'19년의 경우 평균 4.5만세대 정도 규모였으니 그 때에 비하면 여전히 양호하지만, 속도가 가파릅니다. 그런데 장기 차트로 보면 어떨까요?




장기 추세로 보면 현재의 미분양 수준은 여전히 최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건설/건자재 투자의 핵심 지표가 미분양 물량인데, 차트를 보면 걱정이 사라집니다. 거래량이 확 줄어든 거 보면 사람들이 요즘 건자재 업종에 관심도 없는 거 같던데 비중 확대를 위한 절호의 찬스 아닐까요? 매수 ㄱㄱ 하면서 증권사 어플을 실행하니까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떠오릅니다. 매수 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관두고 맙니다. 훗날 후회할 수도 있지만, 여하튼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이 최저 수준에 머물러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시장이 선반영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현재의 절대적 수준보다 앞으로의 방향성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미분양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까요? 속도는 모르지만,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준공 전 미분양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음의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분양가의 상승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한 이후 신축 분양가는 구축 실거래가를 하회하게 되었습니다. 저렴하게 분양 받고 나면 구축 이상으로 가격이 상승해서 분양=대박 공식이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집 값이 많이 올랐지요. 너무 많이 오르다보니 가격 저항선에 걸려 구축(아파트) 실거래가는 평당 1,770만원에서 멈춘 모양세입니다. 아무리 영끌을 한다 해도 솔직히 요즘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비율로 치면 전체의 어느 정도나 될 지 의문입니다. 최상급지인 강남을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을까요?

반면 신축 분양가는 그 이후에도 13.3% 상승했습니다. 신축 분양가-구축 실거래가 갭(이하 "신-구 갭")이 좁혀졌다는 말입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분상제 개편안은 7월 15일부터 시행되므로 신축 분양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신-구 갭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분양에 목을 맬 이유가 줄어듭니다. 투자 목적으로 분양을 받는다면 신-구 갭 수준을 확인할텐데, 이게 예전 대비 별로라면 가뜩이나 금리도 비싼데 분양을 받을까요? 사람들이 분양에 시큰둥 해지면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를 팍팍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시행사야 자금 관리가 생존 문제와 직결되니 빨리 분양해서 이익이 생기는 걸 확인하고 싶겠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 이외의 사업 영역도 있으니까 분양 시기를 분산해서 수익성 관리를 하는 게 더 현명하겠지요. 이는 주택착공 물량이 단기간에 몰리지 않고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화끈한 업싸이클을 타지 않는 한 마진율이 시원찮은 건자재 종목들이 그저 그런 이익을 장기간에 걸쳐 낸다면 투자 매력이 있을까? 라는 걱정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2. 입주 물량의 증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사례라고 합니다. 입주 물량 증가로 실수요자들이 신축 청약을 하기 보다 입주 물량을 매입하는 쪽을 선호하게 되는데, 입주 물량이 많다 보니 매도자가 많고, 따라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갑니다. 신축 분양가는 올라가는데 구축(입주 물량) 실거래가는 내려가므로 신-구 갭이 좁혀지는 원인 중 하나 입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결과는 착공 물량 감소가 되겠지요.


건설사 입장에서는 준공 전 미분양보다는 준공 후 미분양이 마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입니다. 준공 전에는 공사 미수금으로 남아있던 게 준공 후까지 미분양으로 남으면 대주단에 비해 재고 청산 순위가 밀리면서 대손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준공 전 미분양이 결국에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므로, 준공 전 미분양이라도 증가하는 게 일단 보이기 시작하면 건설사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건설사에 을 입장인 건자재 업체들은 당연히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장기 미분양 물량 차트를 보면, 미분양의 절대수준은 여전히 최저점이므로 현 시점에서 공사비 대손 리스크까지 걱정하는 건 너무 앞서나간 느낌입니다. 지금 생긴 미분양 물량은 가격을 좀 깎아서 팔면 다 팔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공포심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시행사나 건설사도 마진율이 좀 내려가는 정도의 영향일 것입니다.

건설사가 분양가를 할인한다면, 건자재 업체의 마진을 예전만큼 다 챙겨줄리 없겠지요. 철근이나 시멘트 아닌 이상이야 고통 분담하자고 나설 겁니다. 마진율의 상단이 막힌 상태에서 착공 물량까지 올라가지 못한다면, P와 Q 모두 막힌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별의 시간은 언제나 후회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주식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기에, 마음 한 켠을 위로해봅니다.